다낭성(polycystic)의 '낭'은 '주머니 낭(囊)'자로, 다낭성이란 '주머니가 많은(난포가 많은)'이라는 뜻입니다. 난소에 터지지 않은 여러 개의 난포가 관찰되면서 무월경, 비만, 다모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무배란성 내분비 질환을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 합니다.

정상 월경의 경우 한번의 생리 주기마다 한개의 난포만이 완전히 성숙한 난포로 자라나 난자를 배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의 경우 난소의 가장자리에서 미성숙 난포들이 염주 또는 포도알 양상으로 여러 개 관찰되며 정상적인 배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 PCOS)은 12~45세 가임기 여성의 약 5~10%에서 발생합니다.

'증후군'이란, 몇 가지의 이상상태가 함께 나타나지만, 정확하게 원인인자가 밝혀지지 않았을 때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도 마찬가지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시상 하부-뇌하수체-난소 축(HPO axis)의 기능 이상, 내장지방과 인슐린 저항성, 고안드로겐 혈증 등이 다낭성난소증후군과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잘못된 식습관과 비만, 운동부족, 정서적 문제, 스트레스, 환경 호르몬 등으로 인해 인체에 기능적 불균형이 발생하고 항상성이 교란받게 되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증상은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됩니다.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만성적인 배란 장애, 여드름, 다모증, 탈모 등의 임상적인 고안드로겐증, 비만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3개월 이상 월경이 없거나, 1년에 8회 미만으로 월경을 하거나, 35일 이상의 긴 주기로 월경을 할 경우 배란 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으며, 불임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비만이나 다모증의 경우 서양인의 경우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서 보일 정도로 흔한 양상이지만, 한국인에게서는 많이 관찰되는 편은 아닙니다. 이외에도 부정출혈, 고혈당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오래 지속될 경우 자궁내막암의 발병율이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병력 청취, 신체검사, 혈액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게 됩니다.

보통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를 먼저 진행하게 되는데, 배란 장애 양상이 나타나면서 여드름 또는 다모증이 관찰되거나 BMI지수, 허리둘레가 기준치보다 높을 경우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혈중 안드로겐 수치가 높거나, 혈중 지질 검사, 경구 당부하 검사 수치가 높거나, 초음파 검사상 여러개의 난포가 관찰되는 경우에도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아래의 3가지 기준 중 2가지 이상을 만족하면서 선천성 부신 과형성, 안드로겐 분비성 종양, 쿠싱 증후군 등이 배제될 경우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치료의 목표는 전신적인 인체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무턱대고 피임약 복용이나 생리유도주사를 통해 생리만을 유도하는 것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의 근본적인 문제를 피해가는 것입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배란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는 것인데, 피임약은 기본적으로 배란은 억제하면서 자궁내벽의 비후와 탈락을 통해 주기적인 생리만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속적인 무월경은 자궁내막 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의 발생 확률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일시적인 피임약 복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임약 복용으로 생리가 나오는 것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완전히 치료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