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火病)은 우리나라와 일부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문화와 관련된 정신의학적 증후군입니다. 하지만 비단 문화에서 기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해소하기 어려운 만성적인 스트레스, 억울감 등에 의해 발생하는 각종 정신적, 신체적 증상들을 통틀어 화병(火病) 또는 울화병(鬱火病)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편찬했던 DSM-IV에서는 화병을 문화와 관련된 증후군의 하나로 표현했었는데, 분노의 억제로 인하여 발생하는 한국의 민속 증후군이라고 명기하고 있으며, 우울감, 불면, 공황 또는 피로,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 등을 주된 증상들로 기술하였습니다. 다만 이후 편찬된 DSM-V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화병은 전체 인구의 약 4~5%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으로, 신경증적 환자군 중에서는 약 20~40%가량의 비율을 차지합니다. 주로 40~50대의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기혼이면서 직업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병으로 인해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은 자신이 화병임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병원 내원당시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경우가 약 70~90% 가량이며, 내원당시 스트레스가 없는 경우도 약 10~30%가량을 차지합니다.

화병은 환자가 해소하기 어려운 억울감, 분노, 스트레스 등의 감정이 불안전하게 억제되고, 이것이 장기간에 걸쳐서 누적되면서 발생합니다.

화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감정은 가족 내의 갈등에 기인하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그 대상자는 남편, 시부모, 형제의 순서로 나타납니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한 경우는 생활고에 기인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이어서 재정적 손실, 주변인의 배신의 순서로 나타납니다. 본인이나 가까운 가족의 오랜 투병이나 사별, 어렸을적의 정신적 트라우마, 지속적인 괴롭힘, 자녀문제 등이 화병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병의 원인을 개인적 문제로 자신의 성격을 화병의 원인으로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며, 최근에는 화병에 유전적 소인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화병의 증상은 크게 정신적인 증상과 신체적 증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증상은 초기에는 주로 분노, 억울감, 분함, 화 등의 감정으로 나타나다가 발병 후기에는 우울감, 불안감, 초조함, 허망함 또는 의욕이나 흥미의 상실로 나타납니다. 이중 특히 분노는 화병에 대한 유의한 예언 변인입니다.

신체적 증상은 주로 가슴과 두부에 많이 나타나며, 전신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두면부에서는 두통과 어지러움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입마름이나 눈의 뻐근함과 건조감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슴쪽에서는 주로 답답함과 두근거림, 가슴의 통증, 숨이 막히는듯한 느낌이 많이 발생하고, 제거되지 않는 목의 이물감을 느끼거나 한숨을 자주 쉬는 증상이 자주 보입니다. 전신적인 증상으로는 불면증이 대표적이며, 쉽게 놀라거나 예민해짐, 얼굴쪽으로 치밀어오르는 열감, 소화불량 등이 자주 발생합니다.

화병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화병의 진단의 기준은 조금씩 바뀔 수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주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기본으로 하여 화병면담검사(Hwabyung Diagnostic Interview Schedule: HBDIS), 화병 SCID(Structured Clinical Interview for DSM-IV: SCID), 화병척도 등의 도구를 활용하여 진단합니다.

병태생리학적 진단도구로 적외선 체온 촬영 장치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화병 환자의 경우 전중과 명문의 체열 차이가 심한 경향이 있고, 등의 상하부의 체열 차이나 몸통과 팔다리 체열의 차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화병 환자의 경우 Algometer를 통한 압통 측정시 전중혈 부위의 압통 강도가 화병증상의 정도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어 이를 진단과 치료경과의 유효한 지표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 화병의 평균 유병기간은 약 8년~11년으로 나타났습니다.
• 화병은 40~50대에 주로 나타났습니다.
• 화병은 여성의 유병율이 높은 인구학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 배우자의 비난이 높을 수록 화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 대인관계의 과민성이 높을수록 화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 외적인 속박감의 감소는 화병의 회복과 관련이 있습니다.
• 후향적 화병 추적 연구 결과에서 대상자중 약 39.6%가량은 많은 호전을 경험하였고, 35.4%는 약간의 호전을 경험하였습니다.
• 하지만 화병 환자들은 실제로 증상이 완화됐더라고 화병이 잔존하고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